대구의 명산인 팔공산에는 고려 태조 왕건(王建)과 관련된 이야깃 거리가 풍성하다.
한발자국만 떼면 역사가 스며 있고, 또 전설이 올망졸망 매달려 있다.
팔공산에 왕건의 이야기가 스며든 멋진 산책길이 만들어졌다.
대구 동구청은 국토해양부의 누리길 조성사업 공모에 선정된 '팔공산 왕건 길'을 조성해 시민들에게 공개한다고 8일 밝혔다.
국비 5억4000만원이 투입돼 조성된 '팔공산 왕건 길'은 총 35㎞에 8개의 테마길로 구성돼 있다.
각 테마길에는 역사적 사실을 스토리텔링한 용호상박길·고진감래길 등의 독특한 이름이 붙었다.
'팔공산 왕건 길'의 출발은 지묘동의 신숭겸(申崇謙·?~927) 장군 유적지다.
신숭겸 장군은 궁예를 폐하고 왕건을 추대해 고려 개국의 대업을 이룬 인물이다.
그러나 동수(현 지묘동) 전투에서 후백제의 견훤(甄萱)과 전투를 벌이던 중 왕건이 포위되는 위기에 처하자
왕건의 갑옷을 바꿔 입고 변장을 해 왕건이 무사히 포위망을 뚫고 나가도록 했다고 한다. 자신은 이 전투에서 전사했다.
- ‘팔공산 왕건 길’의 두번째 코스인‘열린하늘길’출발점인 열재 지점. /동구청 제공
이 길이 바로 '용호상박길'(신숭겸 장군 유적지~열재·4.3㎞)이다.
왕건과 견훤이 나라의 명운을 걸고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를 펼쳤다는 의미에서다.
이 길에는 견훤 군사가 왕건 군사를 물리쳤다는 파군재(破軍재), 왕건이 숨어 있었다는 왕산(王山)이 있다.
또 자연염색체험박물관, 노태우 전 대통령 생가도 만날 수 있다.
다음 코스는 '열린하늘길'(열재~부남교·4.5㎞)이다. 열명 이상의 사람이 모여 험한 고개를 넘는다는 열재가 출발점.
이어 '묵연체험길'(무남교~물넘재·5.4㎞)과 만난다. 고요함 속에서 비탈길을 걷다 보면 자아성찰과 함께 팔공산의
정기를 받으라는 뜻을 새길 수 있다. 동화사와 통일대불을 만난다.
네번째 코스는 '문화예술길'(물넘재~백안삼거리·3.3㎞). 길 이름처럼 이곳에는 동화사 옛길, 과거길, 방짜유기박물관,
기기묘묘한 돌 형상들이 가득한 '돌그리고', 시인의 길 등과 같은 문화예술 시설들이 즐비하다.
다음은 '고진감래길'(백안삼거리~평광종점·5.2㎞)이다. 처음에는 거친 숨을 들이쉬지만 주능선을 오르면 즐거움이 더하다는 뜻도 있고,
왕건이 견훤을 피해 고생 끝에 도피에 성공했다는 이중적 의미를 담고 있다.
고진감래길을 지나 다음 코스에 있는 요령봉에 올라 호연지기를 기르면서 주변 경관에 현기증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호연지기길'(평광종점~매여종점·5㎞)이다.
다시 왕건의 이야기를 만나는 곳이 '가팔환초길'(매여종점~초례봉·3.3㎞)이다.
왕건이 하늘에 제를 올린 곳이라 한다. 가산, 팔공산, 환성산, 초례산 등 주변 봉우리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으로 각 봉우리 이름의 첫글자를 땄다.
이 길은 드디어 '구사일생길'(초례봉~동곡지·4㎞)에서 끝이 난다.
왕건이 적의 추격으로부터 안심할 수 있는 곳에 도피해 구사일생으로 살아난다는 뜻이다. 그곳이 바로 지금의 안심(安心)이다.
35㎞에 이르는 이 길의 또 다른 묘미는 역사 현장 학습이 될 수 있도록 꾸며졌다는 데 있다.
곳곳마다 왕건의 가상행적을 픽토그램(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상징적인 그림으로 나타낸 것)으로 제작해 보여준다.
또 특수제작한 종합정보판, 자연석으로 다듬은 길 안내판, 왕건전망대, 하늘다리, 각종 쉼터와 휴게시설,
다양한 색으로 꾸민 편의시설 등이 걷는 이들로 하여금 지루하지 않도록 했다.
곳곳에는 또 촌두부, 미나리, 닭백숙, 칼국수, 연근, 막창 등의 풍성한 먹을거리가 걷는 길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박원수 기자 wspark@chosun.com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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